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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각색

by lobbylobby 2023. 4. 26.

과제 각색 

과제 각색

 

나름대로 패러디를 해 보려했는데 하다. 보니 각색이 되더군요. ㅡㅡ시간도 없고 마음도 심란해서 잘 써지지가 않더라구요. 아래 글은 순전히 웃자고 지은 것이니 작품성과 논리성 등등은 따지지 말아주세요. ㅡㅡ그다지 재미는 없지만창작과제 패러디건국대고스톱기 원작 만복사저포기1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양생은 일찍이 어버이를 여읜 뒤 여태껏 장가를 들지 못하고 건국대 동쪽골방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조용한 그 골방 앞에 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는데 봄을 맞이하여 꽃이 활짝 피어 온 뜰 안 가득 백옥의 세계를 환하게 밝혀 놓았다. 그는 달 밝은 밤이면 언제나 욕정을 억누르지 못하여 나무 밑을 거닐 곤 했는데 어느 날 밤 그 꽃다운 정서를 걷잡지 못하고 문득 노래를 자작하여 불렀다. 노래를 부르고 나자 별안간 공중에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진정으로 자네가 좋은 애인을 얻고자 하는데 뭐가 어려울게 있을까 이 소리를 듣고 난 양생은 속으로 상당히 기뻐하였다. 

 

그 이튿날은 마침 5월 15일 이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그 곳 마을의 청춘 남녀들이 으레 건국대를 찾아가 향불을 피우고는 각기 제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이날 양생은 저녁에 기도가 끝나자 박물관에 들어가서 소매 깊이 간직하고 갔던 고스톱을 꺼내어 유석창박사 사진 앞에 던지기 전에 먼저 소원의 기도를 하였다. 자비로운 박사님 오늘 저녁엔 제가 박사님과 함께 고스톱을 한판 치려고 합니다. 만약에 제가 지면 법연을 차려서 박사님께 갚아드릴 것이고 만일 박사님께서 지시면 반드시 제 소원인 어여쁜 아가씨를 얻게 해주시옵소서축원을 마치고는 즉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아싸 쓰리고박사님 저 쓰리고에요. 그러면 광박에 피박까지 흐흐흐 박사님과연 그는 소원대로 승리를 얻게 되었다. 그는 매우 기뻐서 다시금 사진 앞에 꿇어앉아 말씀을 드렸다박사님이시여 꽃다운 인연은 이미 정해졌으니 부디 소홀히 하시지나 마시옵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그는 전시장 뒤에 깊숙이 앉아서 동정을 엿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생은 쾌호를 질렀다. 오우 이쁜데박사님 바로 저 아가씨로군요. 흐흐그때 과연 아가씨가 들어온 것이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고 까만 머리에 화장을 곱게 한 얼굴이 마치 선녀와 같고 자세히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곱고 얌전하였다. 그녀는 백옥 같은 손으로 등잔에 기름을 부어 불을 켜고 향로에다 향을 꽂은 뒤 세 번 절을 하고는 꿇어앉아 슬피 탄식하였다. 아아 인생이 박명하다. 

 

고는 하나 어찌 이와 같을 줄 알았겠는가그녀는 품안에 간직하였던 축원문을 꺼내어 삼가 탁자 위에 얹어 놓고는 또다시 흐느껴 울었다. 이 모습을 엿보고 있던 양생은 방탕한 정서를 걷잡지 못하여 갑자기 전시장 뒤에서 튀어나오면 말했다. 아가씨 누군데 그래요. 방금 탁자 위에 바친 게 뭔데요.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 탁자 위에 있는 글월을 집어들었다. ㅇㅇ구 ㅇㅇ동에 사는 소녀 ㅇㅇ는 외람됨을 부릅쓰고 부처님께 말씀드리옴니다. 소녀 너무 외롭사옵니다. 부디 꽃미남을 점지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양생은 이 글월을 다 읽고는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아가씨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 밤에 여기까지 왔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저도 역시 사람입니다. 저를 의아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당신은 다만 꽃미녀를 얻으려는 것뿐이시겠지요2이때 건국대는 이미 퇴락하여 교직원들은 한쪽 구석진 골방으로 옮겨가 있었고 학교 앞에는 상가만이 쓸쓸히 남아 있었으며 상가 끝난 곳에 좁다란 판자방이 하나 있었다. 양생은 그녀에게 그곳으로 들어가자고 눈짓을 하였다. 

 

그녀도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가 문득 즐거운 밤을 누렸다바야흐로 밤은 깊어가고 달이 동산에 떠올라 그림자가 창을 비추는데 갑자기 창밖으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내다보니 그녀의 동기였다. 그녀는 반가워서 어떻게 왔냐고 물었다. 아이가 말했다. 평소에는 문밖에 나가지도 않던 네가 간 곳이 없어 허둥지둥 찾아 이곳까지 왔단다그녀는 말했다. 응 오늘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아 높으신 하느님과 자비하신 유석창박사님께서 점지해 주신 덕에 꽃미남을 얻어서 백년해로의 가약을 맺게 되었다. 꽃다운 인연을 맺게 된 것이 평생의 기쁨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 파티를 준비해줘동기가 부탁를 받고 물러간 지 얼마 안 되어 돌아와 뜰에서 파티를 여니 밤은 벌써 새벽 2시에 가까웠다양생이 가만히 살펴보니 탁상에 놓인 그릇들이 희맑고 무늬가 없으며 술잔에는 이상한 향기가 풍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의 솜씨가 아니었다. 그는 속으로 이상하게 여겼으나 그녀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아마도 어느 귀족집 아가씨가 한때의 정서를 참지 못하고 찾아온 것이겠지하고 마음을 진정하였다. 그녀는 양생에게 술잔을 올리면서 친구에게 뽕짝 노래를 한가락 부르도록 부탁한 뒤 다시 말했다. 이 아이는 뽕짝 밖에 부를 줄 모른답니다. 당신이 저를 위하여 노래를 하나 지어 이 아이에게 부르게 하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양생은 노래를 불렀고 친구도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고 나자 그녀는 슬퍼하면 말했다. 당신을 좀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지만 그래도 오늘 여기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다행이네요. 당신이 저를 사랑해주신다면 저도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까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저를 버리신다면 저는 오늘 이후로 영원히 사라지겠습니다. 양생은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이 여자에게 코끼는 구나해서 한편으론 놀랍고 다른 한편으론 고맙게 생각하여 말했다. 당신의 진지한 마음에 어찌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소그러고는 그녀의 태도가 수상쩍어 유심히 동정을 살폈다 마침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친구를 붙잡고 그만 가달라고 부탁했다. 친구가 사라지자 그녀는 양생에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니 저는 당신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양생은 그녀와 손을 잡고 앞을 향하여 걸었다. 둘이 화양시장 가운데를 지날 때에는 벌써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양생이 그녀와 같이 가는 것을 보았다. 는 사람은 없었다. 양생이 그녀의 뒤를 따라 가는데 한적한 길이 이어졌다. 양생이 수상쩍어 물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왜 이렇게 쓸쓸합니까예 노처녀 사는 게 원래 그래요.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며 함께 개녁동으로 갔다 양생은 아가씨가 이끄는 대로 따라 들어갔다 방안에는 침구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밥상을 차렸는데 모든 음식이 어젯밤 건국대의 차림과 차이가 없었다. 양생은 횡재했다. 는 마음으로 이틀 동안을 유유히 보냈다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양생에게 말했다.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이곳의 사흘은 인간의 3년과 같습니다. 첫날밤을 보낸 지가 잠깐 같지만 오래 되었지요 너무 서운하긴 하지만 당신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셔서 옛날의 살림을 돌보심이 어떻겠습니까뭐야 내가 지금 꿈꾸는 거야 뭐야 인간으로 돌아가라니 그럼 넌 귀신이냐아가씨 이별이라니 갑작스레 그게 웬말이오오늘 못다 이룬 소원은 내세에 다시 만나 다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곳의 예절도 인간과 다름이 없사오니 저의 친척과 이웃 동무들을 만나보고 떠나심이 어떻겠습니까우씨 그럼 지가 진짜 귀신이란 말야 괜히 따라왔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미인이랑 실컷 놀고 가야겠네그렇게 합시다 대화가 끝나자 그녀는 친척과 이웃 동무들을 초대하였다. 갑자기 아가씨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양생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술을 마시며 아가씨들에게 찝적대며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3술을 다 마시고 나서 서로 헤어질 때가 되었다. 그녀는 은잔 하나를 꺼내어 양생에게 주면서 말했다. 내일 제 부모님이 저를 위하여 세종대에서 음식을 베푸실 것입니다. 당신이 저를 진정으로 버리지 않으신다면 도중에 기다렸다가 함께 부모님을 뵙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양생은 술에 취해 대답했다. 야 니 마음대로 해 체 이왕 줄거면 금잔으로 주지 은잔이 뭐냐윽 하고는 양생은 이튿날 그녀의 말대로 은잔을 가지고 세종대로 가는 길가에서 기다렸다 과연 어떤 고급 승용차가 그 길을 지나니 세종대를 향하여 가는 것이었다. 양생은 이렇게 된 거 부잣집 같으니 은잔가지고 삥이나 뜯어야겠다. 고 생각했다. 

 

갑자가 지나가던 차에서 운전수가 은잔을 가지고 있던 양생을 보고는 주인에게 말을 했다. 우리 아가씨 장례 때 같이 묻었던 은잔을 벌써 어떤 놈이 훔쳐서 인간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주인 양반이 묻는다그게 무슨 말이냐예 저기 저 놈이 가진 것을 보십시오양반은 차를 세우고 양생에게로 가서 은잔을 갖게 된 경위를 물었다. 양생은 그 전날 아가씨와 약속한 일을 그대로 얘기했다. 그 주인양반은 놀랍고 이상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너 사기꾼이지아니에요. ㅡㅡ자네가 정말 그 약속대로 하려면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지 말고 내 딸을 기다려서 함께 오게말을 마치고는 먼저 세종대로 향하였다. 4양생은 혼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과연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그녀가 왔다 두 사람은 서로 만나 반갑게 손을 잡고 절로 향하였다. 그너는 먼저 세종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친척들과 승려들 중 그녀를 본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다만 양생이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녀가 양생에게 말했다. 저녁밥이나 자셔보렵니까양생은 대답했다. 배고파요양생은 그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그들은 양생의 말이 믿기지 않았으므로 시험해 볼까 하고 보았는데 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다만 수저 소리만 쟁쟁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들은 놀라워하며 침구를 마련하고 양생에게 딸과 동침할 것을 권하였다. 밤이 되자 그녀가 말했다. 이제 당신께 차근차근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당신을 만나 평생 순종하며 살기를 바랐으나 이제 숙명적인 이별을 저버릴 수 없기에 한시 바삐 저승길을 떠나야겠습니다. 다시 만날 날이 언제인지 모르고 떠나 슬픈 마음은 매 한가지입니다. 그녀는 소리내어 울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그녀의 영혼을 전송하였다. 혼은 문밖으로 나갔는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슬픈 소리만이 은은히 들려왔다 이후 양생은 그 뒤로 다시 장가들지 않고 그녀와의 일을 책으로 출간했다. 고 한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벌어 여자들을 유혹하며 살았다. 하나 그 뒤로는 어찌 되었는지 소식을 아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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