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현대어 풀이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오백 년 전 고려의 수도인 개성(송도)을 필마 한 마리에 타고 돌아다녔다. 산과 강은 예전과 같았지만 끝없이 드넓은 이곳의 명문인들은 길을 떠나고 없어졌다. 어찌 이렇게 평화로운 태평한 세월이 꿈인가.
창작 배경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시작될 때, 고려의 재상들은 변절하여 조선왕조의 신하가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절개를 지켜 나가는 충신들은 망국의 한과 슬픔으로 벼슬과 인연을 끊고 은둔생활을 하였다. 이 시조의 작자도 그러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초야에 묻혀 지내다가 옛 도읍지를 돌아본 느낌을 이 시조로 노래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초야에 묻혀 은둔생활을 하다가 한 마리의 말에 의지하고 옛 도읍지를 돌아보니, 변함없는 산과 강은 동일하지만 절개를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씁쓸한 인생 무상감을 느끼게 된다. '필마'는 작자의 외로움과 평민 신분을 나타내주는 소재이며, 대조와 대구의 표현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종장에서는 회고의 정서로 망국(亡國)의 허무함을 집약시켜 놓았다. 중장은 두보의 시 <춘망(春望)>의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과 비슷한 정경으로 무상감이 대조적으로 표현되었다.
정리
- 성격: 평시조, 회고가
- 표현: 자연의 영원성과 인간의 유한성의 대조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드러냄
- 주제: 망국의 한과 회고의 정
- 문학사적 의의: 망국의 한과 아픔을 저절하게 노래한 회고가로 자연과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생무상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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