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obbylobby입니다.
오늘은 태아 행장 감상문에 대해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아 행장
그냥 편안하게 쓴 글이니 너그러이 읽어주세요. 태아 행장 胎兒行狀 게으름과 소심함의 원인을 찾아서 태아胎兒는 2월 하순에 잉태되었다. 당시 그의 이름은 무명無名이나 사람들은 손쉽게 태아胎兒라 일컬었다. 태아의 아비는 교직에 몸담고 있고 태아의 어미는 현모양처로 젊은 부부는 오랫동안 태아를 기다렸으므로 태아로 인한 기쁨이 실로 컸다고 한다. 태아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으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무더운 7월의 어느 날 태아의 아비가 숙직으로 인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고 태아의 어미는 친한 동생을 불러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날 밤 태아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작은 방바닥이 처음으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하나의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었던 태아이나 그 느낌이 정확하였으니 태아의 어미도 몸의 이상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어미는 하혈을 하고 있었다. 하혈이 무엇인가 여인의 몸으로 평소에는 물론 복중에 태아가 있을 때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기절할 듯 놀란 태아의 어미는 태아의 아비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비는 혼비백산하여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온다. 태아의 부모는 부들거리는 몸으로 간신히 인근 산부인과 의원에게 가게 되는데 그 진단이 또한 청천벽력이었다. 자연 유산되었습니다. 내일 낮에 다시 오셔서 중절 수술을 받으십시오태아의 부모는 깊은 절망만을 떠 안은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비가 출근하고 넋이 나간 듯한 어미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살 사람은 살게 되었는지 태아의 옆집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구세주가 되었던 것이다. 그 아주머니는 아이를 많이 낳은 여인이었는데 낯빛이 안 좋은 태아의 어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가 간밤에 일어난 사정을 알게 되었다. 몇 시간 후면 태아를 긁어내는 수술을 위해 의원에 가야 했던 어미에게 아주머니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비춘다임신 중에 가끔 그렇게 하혈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그렇다고 꼭 태아가 죽는 건 아니니까 병원에 가서 수술하지 말고 집에서 누워만 있어 봐 그리고 나서 나중에 큰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 너무 걱정하지 말고이 말 한 마디가 태아의 목숨을 건지게 될 지 그 누가 알았던가 이때부터 태아의 어미는 줄곧 방안에서 누워만 지내고 태아의 아비는 학교에 나가는 것뿐 아니라 태아의 어미를 보살피고 집안 살림까지 하는 완벽한 공처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 달 후 태아의 부모는 그 지역에 유일한 종합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간다 그리고 의사에게서 분명 태아는 건강한데 다른 의원이 유산이라 진단을 했다. 면 장담할 수 없으니 계속 몸조심을 하라는 얘기를 듣는다 결국 태아의 어미는 장장 5개월을 방안에서 누워만 지내는데 이것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태아는 5개월 동안 말 그대로 좁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 방은 항상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었으며 방이 흔들리거나 소음 또는 충격에서 안전하게 지켜졌다. 따라서 태아는 매우 편안하나 게으르고 매우 안정적이나 지극히 위험 없는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태아는 자신이 느꼈던 불안감을 둘째 치고라도 어느 날부터인가 선명하게 밖에서 들려 오는 어미와 아비의 대화나 다른 여러 목소리들을 통해 자신이 죽을 뻔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오로지 생존 본능만을 가지고 있던 태아에게 그것은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일이었으며 태아는 매우 조심스러운 달리 말하자면 소심한 성격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단지 살기 위해서이렇듯 게으르고 소심한 태아에게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작은 방이었다. 어미가 누워만 있는 지 4개월이 지난 11월 태아가 자꾸 몸을 뒤집어 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을 때 태아는 움직였다. 그런데 방이 생각보다 작았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몸을 돌려보려 하니 잘 안 되는 것이었다. 태아는 몇 번 움직여 보았으나 여전히 몸을 돌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태아는 포기했다. 추위가 매서워지던 12월 태아의 아비와 어미는 정기적으로 다니던 종합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진료를 받고 난 후 어미는 갑자기 통증을 느꼈고 그것은 태아가 밖으로 나오겠다. 는 분만 징후였던 것이다. 다행으로 병원에 있었던 태아의 어미는 분만을 위해 입원했다. 초산이니 어차피 금방 끝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으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사고뭉치 태아는 끝까지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태아가 거꾸로 서 있군요. 안 되겠어요. 내일 제왕절개 합시다그렇다 의사의 말처럼 태아는 물구나무서기를 포기하고 여전히 발로 자기 방을 딛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 분만을 시도하면 태아는 자신의 작은 방과 좁은 길로 연결된 문에 어깻죽지가 끼어서 숨막혀 죽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오랜 칩거로 운동 부족일 수밖에 없게 된 태아의 어미 또한 그 목숨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딸일지 아들일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태아의 아비는 어미를 수술실로 보내고 지어미와 태아의 건강이 걱정되어 수술실 밖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태아는 밖으로 나아가려고 힘껏 발을 아래로 밀어내고 있는 조금은 민망한 자세로 발견되었다. 갑자기 천장이 열리고 빛이 쏟아지는 바람에 태아는 눈을 꼭 감았는데 역시 소심하다. 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상태로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열렸던 천장은 다시 닫혔다 아무 것도 모르는 태아는 자신 때문에 이후 천장이 한 번 열렸다 닫혔던 범상치 않은 방을 쓸 동생이라는 또 다른 태아에게 미안해야 한다. 는 것도 몰랐다. 다만 낯선 세계가 부담스러워 울음으로 불안감을 터뜨려 보였을 뿐이었다. 내내 문제를 일으키며 많은 돈을 투자해서 건진 태아는 딸이었으며 놀랍게 보름을 못 채웠을 뿐인데도 25Kg의 조그마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태아는 아비에게서 맡길이란 어울리지 않게 책임감 있는 성씨와 은혜 비칠이라는 매우 뜻 좋은 글자로 된 이름을 받았다. 이제 태아는 더 이상 태아가 아니었다. 작은 방에는 더 이상 태아가 없었다. 그러나 작은 방 밖에 더 이상 태아胎兒가 아니고 무명無名이 아닌 여자아기가 있다. 태아는 옮겨지기 전에 다른 이들처럼 앞으로 생활하기 쉽게 앞서 자신의 작은 방에서 저장한 기억들을 가지고 나왔다. 아마 이것이 그녀를 앞으로 더욱 게으르고 소심한 인간으로 만들 줄은 본인도 몰랐으리라. 마지막으로 태아를 악의 수렁에 더욱 깊게 빠지게 한 사건 그것은 바로 태아의 목숨을 건진 제왕절개였다. 이 세상의 모든 태아는 작은 방을 나와 좁은 길을 통과하고 결국 문을 통과하여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크나 큰 모험을 완성해 낸다는 것이다. 그것은 산모의 아픔보다 더 심한 고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태아는 그 과정 없이 열린 천장을 통해 쑥 들어 올려졌다. 끝까지 태아다운 소심하고 게으른 방법이었다. 나비가 고치를 뜯어내고 나와 날개를 폈을 때에만 나비는 날 수 있다. 누군가 대신 고치를 뜯어 주면 날개에 힘을 키우는 훈련을 거치지 못한 나비는 날 듯 하다. 가 쓰러지고 만다 태아는 목숨 대신 힘없는 날개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그래도 그래도 인간이라는 마지막 희망에 힘을 실어 본다epilogue이후 태아는 종종 어미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네가 무식한 농사꾼 자식이었으면 넌 태어나지도 못했어 속 좀 그만 썩여그러나 어미와 아비는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셔질까 하루도 병치레를 끊이지 않던 태아를 키워 주었다. 결국 태아는 여전히 많은 문젯거리와 소심하고 게으른 성격으로 어미와 아비를 스트레스성 질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래도 건강하게 실은 너무나 건강하게 자랐다. 태아가 아비에게서 받은 이름은 여자아기의 이름으로서 매우 예쁜 이름이었으나 그 이름을 딸에게 하사한 다른 아비들이 매우 많았은즉 머리가 커질수록 태아는 흔한 자신의 이름에 불만을 갖게 된다 태아는 자신의 이름을 7080년대 여자 아기들의 이름 중 최고 히트작이라고 비꼬며 자신의 불만을 나타내곤 한다. 그러나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이름 끝 자에 순이라는 돌림자를 쓰는 특권을 받은 남동생 역시 자신의 범상치 않은 이름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은 참 아이러니이다. 마지막으로 할 얘기는 태아의 은인에 대한 것이다. 태아는 자신의 목숨을 건지도록 조언을 해 주었던 옆집 아주머니께 무한히 언제나 감사드려야 한다. 그러나 태아가 대여섯 살 되던 해부터 태아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아니며 그렇게 미워했는지 태아보다 한두 살 많았던 옆집 아주머니의 아들은 항상 태아를 때리고 울려 태아를 겁쟁이로 만들고 태아의 어미를 속상하게 했다. 악연은 인연의 징검다리라. 던데 오히려 인연이 악연이 되어 버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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